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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표느낌표







      남원포커스추석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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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수용 과일 구입에 나선 두 모녀(좌 이미숙 씨, 우 홍다미 씨).
                                                                                                                                                                                         품질과 가격을 깐깐하게 따져본다.
                                                                                                                                                                                        2. 고소한 김말이 튀김 한 입에 장보기의 피로도 사라진다.
                                                                                                                                                                                        3. 시끌벅적한 시장에는 볼거리, 먹거리와 함께 흥겨움이 가득하다.


                                                                                                                                                                                          ②

                                                                                                                                   며느리냐고요? 딸이에요!                                        건처럼 푸짐한 인심으로 손님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었다.
                                                                                                                                   다정한 모습으로 춘향골공설시장을 찾은 주인공은 남원시                        찬찬히 시장을 둘러보던 모녀도 신중하게 발걸음을 멈춘
                                                                                                                                   여성단체협회 부회장 이미숙 씨와 베트남에서 온 딸 홍다                       다. 할머니는 중국산 아닌, 국산 도라지라며 검정 봉지 담뿍

                                                                                                                                   미 씨. 두 사람은 지난 7월 남원시 하트 맘 사업을 통해 엄                   담아준다. 다미 씨는 서둘러 나오는 바람에 장바구니를 미
                                                                                                                                   마와 딸의 인연을 맺었다. 이 부회장은 하트 맘 덕에 사위도                    처 못 챙겼다며 겸연쩍은 표정을 짓는다. 다음에 챙기면 된

                                                                                                                                   생겼다며 웃는다.                                            다며 다독이는 한국 친정엄마 덕에 금세 얼굴이 밝아진다.
                                                                                                                                   “처음엔 딸이 말수가 너무 없어서 어색했는데, 이제는 남편                     매끈하고 큼직한 배를 산 뒤, 생선가게로 발길을 옮기는 두

                                                                                                                                   에게 서운한 점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정도로 가까워졌                       사람. 싱싱한 조기 구입으로 오늘의 장보기 끝. 두 손은 무
         ‘ 한국 엄마와 추석 장 보는 날                                                                                                        어요. 아직 시집 안 간 딸만 있는 제게 사위도 생겼답니다.”                   겁게 발걸음은 가볍게 나서려는 찰나, 두 사람의 발길이 갑
                              ’
                                                                                                                      ①
                                                                                                                                   평소 가까운 인월시장이 아닌, 춘향골공설시장을 찾은 데
                                                                                                                                                                                        자기 느려진다. 고소한 기름 냄새를 풍기는 튀김 가게를 그
                                                                                                                                   에는 한국 친정엄마의 배려가 숨어 있었다. 핑계 삼아 시내                     냥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 김말이가 먹고 싶다는 딸의 말에
          하트 맘의 추석 나기                                                                                                              구경도 하면 좋지 않겠냐는 것. 다미 씨는 그런 엄마의 마                     이 맛에 시장에 오는 거 아니냐며 선뜻 지갑을 여는 엄마.

                                                                                                                                   음이 그저 고맙다. 나들이하는 기분이 들어 마냥 즐겁다는                      알뜰살뜰 장도 보고, 맛있는 주전부리까지 먹은 뒤에서야                    남원소식
           추석을 앞둔 남원은 정겹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 집처럼,                                                                                         두 사람의 미소가 똑 닮아 있었다. 그래서일까? 상인들이                      오늘의 장보기가 끝난다. 소감을 묻자 다미 씨가 연신 고마
           어릴 적 할머니의 옛이야기처럼 푸근하다.
                                                                                                                                   아리송한 표정으로 묻는다.                                       움을 표한다.
           남원만의 넉넉함과 추석의 풍요로움이 어우러져 특별한 풍경과 이야기를 만든다.
                                                                                                                                   “며느리 아녀? 근디 둘 사이가 너무 다정한디?”                          “무뚝뚝해서 표현을 잘 못했는데, 장 보면서 더 가까워진
           명절 준비를 위해 함께 장을 보러 온 다정한 하트 맘 모녀,
                                                                                                                                   무슨 소리냐고 ‘우리 딸’이라고 외치는 이미숙 부회장의 큰                     것 같아서 좋아요. 제가 더 잘할게요, 엄마.”
           그리운 고향의 품을 잊지 못해 마음을 나누는 향우들까지.
                                                                                                                                   소리에 궁금증은 가시고 한바탕 웃음꽃이 피어난다. 훌쩍
           풍성하게 익어가는 남원의 명절속으로 들어가 보자.
                                                                                                                                   장만 보고 가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는 전통                                                                       가을
                                                                                                                                                                                          하트 맘을 아시나요?
                                                                                                                                   시장의 재미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하트 맘은 여성단체협의회 회원과 결혼이주여성의 멘토링
                                                                                                                                                                                          제도다. 결혼이주여성들이 타국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하트 맘으로 인연을 맺은 한국
                                                                                                                                   장도 보고 군것질도 하고                                          친정엄마와 함께 전통 음식 만들기, 문화유적답사 등을 통해
                                                                                                                                                                                          제2의 고향인 대한민국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깔끔하게 정비된 시장의 상점들이 마주한 골목 사이에 빨
                                                                                                                                   간 바구니에 상추, 배추, 당근, 파 등 채소를 손질해 파는 할
                                                                                                                                                                                        춘향골공설시장 | 063-625-4010
                                                                                                                                   머니들이 시선을 잡는다. 일명 ‘할머니 장터’로 춘향골공설
                                                                                                                                                                                        남원시 의총로 51일반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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