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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표


 단정하면서도 우아한 멋을 뿜어내는 옻칠 공예품.
 기다릴수록 깊어지는 매력에 푹 빠져 옻칠과 함께하는

 애호가  내일을 꿈꾸는 유은아(20) 씨를 만나봤다.




                                                                  새내기 옻칠공예가

 오래될수록                                                            유은아 씨



 빛나는 옻칠처럼















 우연히 입문한 옻칠의 세계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소심하던 중학생 소녀

 지리산을 품은 남원은 예부터 전통 방식으로 채취한   에서 당당한 여성 창업자가 되어 있었다. 남원 예촌 전

 옻을 활용한 옻칠공예가 발달했다. 가구나 목기에 옻  시회를 시작으로 다양한 박람회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을 덧바르는 옻칠공예는 그윽한 멋을 자아낼 뿐 아니  홍보 활동을 펼쳤다. 수업이 끝나면 학교 안 공방에 달

 라, 항균과 보존 효과도 뛰어나다.   려가 의뢰받은 제품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밤하늘
 남원제일고등학교는 이러한 옻칠 목기 산업의 중심지인   의 별과 달처럼 반짝반짝 빛났으면 하는 마음에 지은
 남원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2020년 전국 최초로   ‘은하수 공방’의 힘찬 행보는 1년간 이어졌다.

 목공예과를 신설했다. 현재 남원시 옻칠공예관에 근무                                                                                      남원소식
 중인 유은아 씨는 2022년 정부지원 사업 우수 아이디어  옻칠과 함께 꿈꾸는 빛나는 내일

 에 선정돼 창업했다. 남원제일고의 첫 여성 기업 창업자  “혼자 오롯이 감내하는 게 버거웠어요. 기한에 맞춰 작
 로서 옻칠공예뿐만 아니라 유통과 마케팅 전문지식까  업하고 판매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점점

 지 쌓았다.   옻칠에 대한 애정마저 식어가는 게 느껴졌어요.”
 “고등학교 진학을 고심하던 중, 남원제일고등학교에 목  고민 끝에 공방을 폐업하고 제대로 배우는 길을 택했

 공예과가 새로 생겼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만드는 일에   다. 지난해 12월부터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13호인 옻칠                                                   봄
 관심이 많았던 제게 딱 맞는 학교였죠.”  장 박강용 관장이 운영하는 남원시 옻칠공예관에서 옻
 운명처럼 입학한 남원제일고등학교는 유은아 씨 삶의   칠채화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공예관에서 근무하다 보  옻칠의 어떤 매력이 젊은 청춘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이제 갓 스무 살. 뭐든 하고 싶고, 뭐든 할

 변곡점이 됐다. 처음 접한 옻칠공예의 매력에 빠져 새로  니 책임감도 더욱 커졌다. 공예관 명성에 누가 되지 않  수 있는 나이에 미래를 너무 일찍 결정한 건 아닌지, 후회는 없는지 궁금했다. 돌아온 답은 명쾌했
 운 미래를 꿈꾸게 됐으니 말이다. 백지상태에서 알아가  도록 집중하고 또 집중한다. 무거운 책임감을 감수해도   다. 예스러움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입힌다면 젊은 사람들도 옻칠에 관심을 보이지 않겠느

 는 재미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옻칠하는 과정부터 습  좋을 만큼 자부심도 느낀다. 박강용 선생에게 배운다  냐는 것. 그러한 일을 앞당기는 데 한몫한다면 이보다 뿌듯한 일이 또 있겠느냐면서 말이다. 소신
 도 조절, 다양한 기술까지 하나씩 깨달을 때마다 더 깊  는 자부심은 더 잘하고 싶은 욕심과 의욕을 부추기기  과 결단력으로 일찍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유은아 씨.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참으면 참을

 20  이 옻칠의 매력에 빠졌다.   도 한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늘었다.   수록 빛이 나는 옻칠공예처럼 반짝반짝 빛날 청춘의 내일을 응원한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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