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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표


            고소한 갈치는 없지만                                         환경·화합·소통이 만든 변화

            봄꽃이 활짝 핀 길목을 지나 마을회관에 멈췄다. 주변                       벽화를 둘러보고 돌아선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풍경
 동네  봄빛 그득 껴안은 ‘갈치마을’로 향했다.
            을 살펴보니 마을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산이 병풍처                       소리가 청아하게 들렸다. 소리를 따라가니 하얀 건물이
 연둣빛과 초록빛, 진분홍빛으로 채색한 그곳엔
   한바퀴
            럼 서 있는 모습이다. 긴 골짜기를 따라 상갈치, 중갈치,                    우뚝 서 있고 바로 옆 나무에 도자기로 만든 풍경 여러
 아름다운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하갈치 세 부락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마을 안으로 한                      개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여기에서 나오는 맑은 소리
 작은 변화가 불러온 나비효과는 주민들의 삶을
            걸음씩 내디딘다. 회관 건너편 푸른 물결을 그려 넣은                       가 바람을 타고 손짓한 것이다. 마을엔 주민들이 솜씨
 풍성하게 하고 마을을 살기 좋게 만들었다.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쓰임을 마친 전봇대에도 물고기                       를 부린 예술 작품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마을회관
 여기에 예술이 있는 일상이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는 갈치마을이 되었다.   두 마리가 하늘을 향해 서 있다. 골목 안으로 깊숙이                  외벽을 가득 채운 타일이 그렇고, 이 건물 안팎에 자리
            들어서자 정형화되지 않은 제각각의 크기와 모양을 한                        한 도자기 풍경과 작품들이 그렇다. 벽화 역시 주민들
            돌이 담을 이루고 있다. 또 다른 벽엔 돌담과 벽돌담이                      이 붓을 들고 직접 그렸다.
 통 하니       마치 신구의 조합을 이루듯 나란히 서 있다. 소박한 골                      새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하얀 건물의 이름은 도농
  通

            목 풍경에 마음이 느슨해진다.                                    교류복합공간 ‘풍경공작소’. 도시이면서 농촌인 갈치마
 좋지 아니한가    골목을 나와 도로변을 걷는다. 말간 담벼락에 그려진                        을의 새로운 공간으로 주민들의 놀이터이자 작업실이


            알록달록한 그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물고기, 고래,                       고, 외지인들과 어울리는 장이기도 하다. ‘풍경공작소’는
            문어, 갈치 등 바다에 사는 생물을 그려 넣었다. 식탁                      갈치마을 주민들의 변화가 만든 값진 결과물일지도 모
 남원시 갈치마을
            에 오르는 갈치와는 무관한 갈치(葛峙 칡고개)마을에                        르겠다.
            이런 벽화라니, 정말 그 갈치와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이병구 이장은 “갈치마을의 뜻을 설명하면 기대했던 대
            답이 아니었다는 듯 심심한 눈치를 건넨다. 마을에 대

            한 호기심을 극대화하고 재미있는 곳으로 바라보게 될                                             풍경공작소
                                                                               풍경공원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아름다운 바다를 꿈꾸는 갈치
            마을’을 주제로 벽화를 꾸몄다”라고 말한다.                                                           구판장 카페

                                                                                                                   남원소식
                                                          마을 안                              마을회관
                                                          걷고 싶은 거리

            1. 지붕 정비 등 새롭게 단장하고 있는 갈치마을 전경                                                                     ②
            2. 도자기 타일로 꾸민 마을회관 외벽
            3. 주민들의 솜씨로 만든 도자기 풍경


       ①

                                                                                                              ③
                                                                                                                   봄











 왼쪽부터 이병구 이장, 이춘겸 어르신, 이인숙 1반 반장,
 김금옥 어르신, 이명신 새마을지도자, 서광석 마을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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