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2023_88
P. 29

<조선왕조실록>의 <선조실록>에는 명나라 장군 양호

            가 선조에게 “이 차는 남원에서 생산된 차인데 그 품질
            이 매우 탁월하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오동섭 대표가 직접 억새를 엮어 만든 집은 마을 속 또

            다른 세상이다. 억새 지붕 곳곳에 난 구멍에 시선이 머
            문다. 잠시 뒤 그곳으로 새들이 날아든다. 자연과 더불

            어 사는 삶이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마당에 널린 채반에는 오 대표가 직접 채취한 야생 찻

            잎이 빛나고 있다. 5월 초순부터 중순 사이 그해 처음
           ②
 1. 시원한 물줄기가 인상적인 만학골 계곡
            핀 어린 찻잎을 따는데, 이 잎이 고려단차의 뿌리다. 잎
 2. 매월당 오동섭 대표가 채취한 향긋한 야생 찻잎
 3. 마음까지 정갈해지는 다도 체험  을 잘 말려서 장작불에 달군 무쇠솥에 덖어내 만든 차
            에는 기술이 아닌 정성이 가득하다.








                                              매촌마을
          ①                                                ③
                                                  도보
 고리봉  매촌제                                         10분

                               도보  10분                             Tip.
 르는 계곡이 보인다. 맥반석이 자리한 만학골 계곡이다.   매월당        만학골 계곡
 매촌마을
 야생 차 군락지를 보러 온 참에 뜻밖의 선물을 받은 기                                   매월당 오동섭 대표가 추천하는
 돌담길
 분이다. 향긋한 야생 차 군락지에서 맑은 공기를 들이                                    향기로운 차 마시는 방법
 매월당
 켠 뒤 계곡으로 내려가니, 멀리서 볼 때와는 또 다르다.   양봉장                                                                             남원소식
 넓은 바위에 앉아 흐르는 계곡물을 바라보기도 하고,                                     집에서 더욱 향긋한 차를 즐기기 위해서는 네 가지를 기억하
                                                                  면 된다. 첫째, 차의 양이다. 차의 속성을 이해하고 적정량의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자연의 선물을 만끽한다.
                                                                  차를 넣어야 한다. 둘째, 물의 온도다. 찻잔을 입에 대었을 때
            마루에 앉으니 눈밑으로 평화로운 마을이 들어온다. 그                         따끈한 정도를 기억할 것. 셋째, 물의 양은 마시는 잔 수와 비
 바람도 잠시 쉬어가는 매월당  매촌마을  순간, 시원한 바람이 두 뺨을 스친다. 잠시 눈을 감고            례해야 한다. 혼자 마실 때는 한 잔, 둘이 마실 때는 두 잔의
                                                                  물만 넣는 식으로 양을 조절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시간이
 온전한 자연을 누렸으니, 이제 오롯한 쉼을 느낄 차례.   바람을 느끼고 있으니, 진한 차향이 훅 들어온다. 경건
                                                                  다. 처음엔 1분, 다음엔 1분 30초, 2분으로 일정하게 시간을
 돌담 안에 자리한 억새집, 매월당에서 차 한잔의 여유  한 마음으로 찻잔을 들고 숨을 깊이 들이쉬며 향을 음     두고 마시면 조금 더 진한 차를 즐길 수 있다.                       봄
 를 누리고자 한다. 매월당 김시습의 소설 <만복사저포  미한다. 한 모금 마시니 쓴맛이 전혀 없고 입 안 가득
 기>의 배경이 된 보련산 자락에서 자연이 주는 향기를   야생 차  은은한 향이 감돈다. 차 한잔만 하고 일어서기엔 아쉬  매월당 이용 방법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남원의 차는 조선 전기에 간행된   군락지  운 마음이 들 정도다. 직접 찻잎을 따서 만드는 과정까
                                                                  향긋한 전통차를 즐길 수 있는 매월당은
 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서거정의 <귀래정기>,   지 해보는 야생 차 체험도 진행한다고 하니, 여유롭게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만학골 계곡
 신숙주의 부친 암헌공 신장의 <암헌서첩>, 그리고 <남  찾아 오랜 시간 머물다 가도 좋겠다. 초록을 보고, 초
 원지>에도 실려 있다.    록을 느끼고, 초록을 마시는 여행. 이게 바로 힐링이요,                  주소 남원시 금지면 매촌길 47-34
                                                                  문의 010-6490-1278
 28         봄날의 호사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29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