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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통에는 170만 9,000원이 담겨 있었다. 2014              광주에서 복잡한 생활을 접고 남원으로 이주를 결심
          년 191만 120원, 2015년 116만 8,000원에 이은           했다. 그해가 2009년이다.
          세 번째다. 주천면사무소는 김씨의 기부금을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전달했다.                   그러나, 김씨가 지리산 심마니로 정착하기까지 어
                                                       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 안정적인 수입
          김씨의 흑돼지 저금통은 가족 여행 경비로 쓰기 위해                 이 없어 경제적인 어려움이 컸다. 다행히, 지리산은

          산약초 판매 수익금을 모으면서                                            김씨에게 아낌없이 내어 주었다.
          시작됐다. 그러나, 부인과 더 의                                          산삼, 상황버섯, 말굽버섯, 하수
                                        “돼지 저금통을 기부하면
          미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 이                                          오 등 귀한 약초다. 30년 이상 산
                                              오히려 제가 더
          웃돕기에 쓰기로 했다. 처음 저                                           삼은 2년에 한 뿌리, 10여 년 산
                                            기분이 좋아져요.
          금통을 들고 주천면사무소를 찾                                            삼은 1년에 평균 10~20뿌리를
          았을 때는 한편으로 쑥스럽기도                이 세상을 사는 동안은                채취한다. 산약초에서 얻은 소득
          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돌아오                매년 돼지 저금통을                 과 오미자 농사(3,300㎡)와 산
          는 기쁨이 너무 컸다. 그 다음해              전달할 계획입니다.”                 양삼 재배(6만6,000㎡)로 경제
          에는 마음이 먼저 면사무소로 달                                           적인 안정을 찾았다.

          려갔다. 올해부터는 저금통 모금
          에 일곱 살 딸 벼리도 참여시킬                                           올 봄에는 고로쇠 수액도  1,000
          계획이다. 벼리는 산골에서 자라                                           여 kg을 채취할 계획이다. 이곳
          서인지 아직 돈에 대한 개념을 모                                          에서 고로쇠 수액 채취는 비닐 봉
          른다. 어른들이 돈을 주어도 받                                           지에 수액을 모아 플라스틱 통에
          으려하지 않는다. 또래 아이들보                                           담아오는 원시적인 방법이여서
          다 경제관념이 뒤지는 것 같아 부                                          생산량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모로서 마음이 급하다. 저금하는
          습관도 길러주고 경제교육도 시                                            김씨는 심마니 산 생활이 힘들고
          킬 요량이다.                                                     위험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채취
                                                                      한 산약초를 먹고 건강이 좋아졌
          김씨의 돼지 저금통 기부는 자신                                           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과 가족을 따뜻이 안아주는 남원시민들과 마을 주민                  느낀다. 입소문을 듣고 직접 구입하러 오는 사람들
          들에 대한 고마움의 작은 표현이다. 남원시내에서                   도 있다.
          운전을 하다 한눈을 판 사이에 교통신호등을 넘긴 일
          이 있었다. 그러나, 운전자들이 아무도 경음기를 울                 김씨는 지금이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전성기라고

          리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 아닌가. 혹시나 해서 교통                말한다. 모두가 마음 따뜻한 이웃과 넉넉한 지리산의
          신호 시간을 일부러 넘겨봤다. 이번에도 똑같았다.                  덕분이다. 김씨의 작은 소망은 가족이 건강하고 수입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감동이었다.                         이 늘어 돼지저금통의 배도 매년 불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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