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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마을은 동편제의 가왕인 송흥록이 태어난 곳이고 명
창 박초월이 성장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인근에는 거문
고의 전설적 명인인 옥보고가 살았다는 옥계동이 있고 가
왕 송흥록이 소리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구룡폭포
가 자리 잡고 있다. 인월면 성산리의 흥부마을과 산내면
의 백장마을에 이르는 ‘소릿길'의 출발지 또한 이 곳 비전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박초월 명창의 소리 한
가왕 송흥록 생가
자락이 스르륵 펼쳐진다. 복원된 생가에서 비록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녹음된 소리이지만 소리를 배우겠다는
의지 하나로 여원제를 넘어 남원의 권번(券番)으로 향하
던 명창의 절절한 사연이 오늘일처럼 다가온다. 명창은
어릴 적부터 소리를 배우고 싶은 소망이 간절하였으나 소
리를 배워 기생의 신분으로 빠질 것을 두려워했던 아버지
에 의해 14살의 어린 몸으로 혼인을 하게 된다. 그러나 미
래의 명창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시집을 뛰쳐나와 소리를
배울 수 있는 권번이 있는 남원까지 홀로 고개를 넘었다
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한 가왕 송흥록과 명기 맹열의
사랑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곳 또한 비전 마을이다. 맹렬
은 송흥록이 귀곡성(鬼哭聲)을 득음할 수 있도록 독려해
준 조력자였는데 둘의 사랑은 기생 맹열의 이름을 따른 듯
어휘각 열렬하여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여러 차례 반복하였다고
한다. 두 사람이 헤어진 후 애끓는 마음을 표현한 단장곡
(斷腸曲)이 마을 정자에 현판으로 걸려 있다.
걷다가 멈춰서는 길
지리산 둘레길의 제2구간인 운봉-인월 구간은 문화역사길이라 불릴 만큼 즐기면서 걷기에 좋은 길이
다. 그리고 그 정점에 비전 마을이 있다. 그러나 서두르고 재촉해서는 길의 참맛을 느낄 수 없다. 가쁜
호흡을 잠시 내려놓아야 명당 중의 명당으로 꼽히는 황산대첩비지의 안온함을 누릴 수 있으며 신발끈
을 잠시 풀어놓은 채 주위를 둘러보아야 송흥록의 단장곡이 서각된 쉼터 현판의 글귀를 만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원과 운봉을 오가던 장돌뱅이의 한숨과 속울음을 토해내던 소리꾼의 노래가 들려오는 곳.
멈추어 상상하면 다가오는 곳, 이곳이 비전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