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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이름 참 희안허요”
방구부채는 꽁지 부분을 한 손으로 쥐고 손목을 놀려 접었다 폈
다하는 쥘 부채와 달리 나무 손잡이에 둥근 몸체가 연결되어있
는 단순한 모양의 부채이다. ‘방구’란 둥글다는 뜻의 우리말인데
실제로 막대손잡이 없이 바로 손에 쥐고 치는 둥근 소고를 방구
라 부른다.
단순한 모양이지만 방구 부채를 만드는 과정은 그리 만만치 않
다. 질 좋은 대나무를 통째로 삶아 물에 불린 뒤 낭창낭창한 대
오리살을 가늘게 뽑아낸 다음 부채살을 둥그렇게 펴놓고 한지를
스르륵 발라준다. 남원에 방구부채가 보급된 것은 강찬영에 힘
입은 바 크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장애를 갖게 된 강찬영
은 자신의 신체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자본이 적게 드
는 사업을 궁리하다가 당시 유명세를 떨치던 전주의 합죽선, 즉
부채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로 결심한다. 1년 남짓
부채 만드는 일을 배운 후, 고향인 남원 조산리로
돌아와 마을사람들에게 부채 만드는 기술을 전수한
다. 그의 수제 중의 한명이 정시근이다. 이 때 부터
온 마을 사람들이 부채 만드는 일에 참여하였고 조산
리는 부채 제조 단지로 조성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최수봉 부채명장
남원부채의 정취 느낄 수 있어
“지금은 중국의 저가 수입품이 시장을 휩쓸고 있지만 남원 부채
의 부채살 엮기 기술이나 대나무의 탄력, 한지의 질감을 따라오
지는 못합니다.” 40년째 남원전통부채를 만들어 온 최수봉(62)
명장의 이야기다. 주로 전주나 담양 등 한지와 관련된 지역에 부
채를 공급하고 있는데 부채에 아무런 표기 없이 내보내다 보니
중간에 제작자나 제조지가 전혀 엉뚱한 곳으로 둔갑하여 요즘은
부채에 도장을 찍어 출고한다고 한다. 전 과정을 여전히 수작업
으로 진행하는 명장의 부채 제조 과정은 전통을 몸으로 이어나
가고 있는 명장의 삶과 닮아있다.
이 여름, 남원전통부채로 무더위를 물리치며 액운을 날려보내
던 옛사람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