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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지리산 둘레길



                                                      전북 남원시 주천면 장안리 외평마을은 지리산 둘레길 1코스
                                                      (주천-운봉)가 시작되고, 21코스(산동-주천)가 끝나는 지점에
                                                      있다. 남원과 구례를 잇는 주요 교통로 상에 있었던 이 마을에
                                                      는 오래전부터 이 곳을 지나던 사람들이 쉬어가거나 숙박을 할
                                                      수 있는 원천원(元川院)이 있었다. 그래서 이곳에는 '원터거리'
                                                      라는 옛 지명이 남아있다. 원천은 1914년 행정구역이 통폐합
                                                      되며 주천면으로 이름이 바뀔 때까지의 이곳 이름이다(상원천,
                                                      하원천).


                                                      가을에는 외평마을에서 지리산둘레길 21코스를 거꾸로 걸어
                                                      구례와 경계를 이루는 밤재에 이르는 길을 추천한다. 오래된
                                                      마을과 아름다운 숲길로 이어지는 길이다. 본래 옛길은 무너
                                                      미에서 밤재가 아닌 숙성치(령)로 이어졌으나, 농장·사유지 등
                                                      의 이유로 통행이 어려워져 밤재로 길이 나있다. 또한 이 길은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길이기도 하다. 당초 운봉에서 합천으
                                                      로 가려던 이순신 장군은 권율 도원수가 순천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1597년 4월 26일 이 길을 거쳐 구례에 도착한 후 순
                                                      천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장군이 지나간 지 채 4개월도 지나지
                                                      않은 1597년 8월 중순, 정유재란기의 가장 비극적 전투인 ‘남
                                                      원성전투’를 앞두고 대군을 이룬 왜군이 이 길을 통해 물밀 듯
                                                      이 쳐들어오기도 하였다.


                                                      용궁마을 입구에서 장안저수지를 돌아 오르면 안용궁마을이
                                                      나온다. 마을을 벗어나 잠시 진행하면 숲속 깊은 곳에서 뜻밖
                                                      의 옛 건물을 만나는데 ‘류익경 효자비각’과 ‘감모재’라는 재실
                                                      이다. 이곳의 지명인 ‘정문동’은 효자 류익경의 정려가 내려진
                                                      곳이라 하여 이름 지어진 듯하다. 무너미를 지나면 계곡이 함
                                                      께하는 정갈한 숲길이 계속 이어지고, 이윽고 언덕을 굽어 올
                                                      라서면 시계가 트이며 지리산 유스캠프 앞으로 내려서게 된다.
                                                      이곳에서는 19번국도 아래 통로를 지나 임도를 걷게 되는데,
                                                      차량 지나는 소리가 갑자기 뚝 끊기고 사위가 조용해지면 이내
                                                      지리산 등산 이정표와 둘레길 이정표가 나란히 반기는 밤재에
                                                      닿는다. 숙성치는 밤재에서 지리산 만복대 방향(동쪽) 2.1km
                                                      지점에 있다.
                                                      외평마을에서 밤재까지의  답사시간은 2시간 30분이면 충분
                                                      하다.
                                                                          [글/조용섭/협동조합 지리산권 마실 이사장]

                                                                                              Autumn 2021_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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