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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에서 나고 중학교 시절 이후엔 줄곧 서울              정작 제일 신난 건 창준(6)이에요. 하루 종일 밖

                에서 생활했다는 임씨는 남들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에서 뛰어노니 생기가 넘쳐요. 귀농 전에는 완전
                회사에 취직하는 일반적인 삶을 살았다고 한다. 우               히 엄마 아빠 껌딱지였는데 이젠 창준이 스스로
                연한 기회에 아내의 지인으로부터 인드라망 생명공                하루하루를 만들어나가는 것 같아요.”
                동체를 접하게 되었고 불교귀농학교와도 인연을 맺
                                                          남원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임씨의
                어 생태적인 생활방식과 마을공동체에 마음이 이끌
                                                          아내 김진희씨(44)는 시골 생활이라는 게 밋밋하고
                리게 되었다고.
                                                          심심할 것만 같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일주일 내내
                 “한창 생태적인 삶과 같이 사는 삶에 대해 모색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
                하던 중 ‘작은 마을’이라는 공간이 꾸려지고 있다               다며 환하게 웃었다.
                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입주예정자모임에
                참석해서 앞으로 만들어 나갈 마을의 이런 저런
                모습을 상상하는데 문득 홍성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죠.”
                유년의 기억으로부터 미래의 삶을 조망한 임씨는
                무엇보다 도시에서 길들여진 종속적인 삶의 방식에

                서 벗어나고자 노력해 왔다.
                 “귀농하기 전에 문화센터에서 미용기술을 배웠

                어요. 식구들 머리는 제 손으로 직접 다듬어요.
                가끔씩 동네 아이들이나 마을 아주머니들의 머리                 “이곳에서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은 대단히
                를 만져드리기도 하지요. 집은 시공업체에게 맡                 주체적이에요. 돈을 들여 정형화된 문화생활을
                겼지만 도배나 집안에 필요한 목공예품은 조금씩                 즐기고 강좌를 듣는 도시의 그것과는 달리 마을
                손수 만들어보고 있어요.”                            구성원들이 직접  대상을 정하고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 나가죠.”
                 귀농 귀촌은 비단 거주지의 이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형태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내                임선영씨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자신의 어린 시절
                몸에 맞는 것으로 바꿔나가는 일임을 임씨의 귀농                처럼 정겹고 생명력 넘치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생활을 통해 새삼 확인하게 된다.                        했다. 유년의 우물에서 길어 올린 그의 오래된 미래

                                                          에 기대를 건다.
                 “엄마 입장에선 아이 문제가 가장 걱정이었는데
                                                                             산내면 백일리 지리산 작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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