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2017_66
P. 31

남원은 예로부터 남쪽의 근원이 되는 고을이었다. 가야시대 이래로
          지금까지 세상에 내어놓을 만한 크고 굵직한 국난극복과 문화가 남
          원에서 세상을 향했다. 그 이야기의 속살은 문화유산에 존재하고 어
          른들의 이야기에 들어 있다.
          추석날 조상님께 예를 다하고 가족들이 모여 앉아 어른들에게 고향

          의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일은 훗날 타향살이 하는 자녀들이 고향을
          사랑하는 에너지가 되었다.


          추석 이튿날 몸과 마음이 조금 여유로워지면 광한루 오작교도 거닐
          며 선조들의 우주관도 들여다보고, 만인의총에 예도 올리며 조상님
          들의 구국정신과 고향사랑의 유전자도 들여 다 보았다.                                    1

          집근처 가까운 몽심재에 들러서는 조상님들의 정착사도 살펴보고
          정령치에 올라 마한시절 남원사람들의 기상도 느껴 보았다.

          마을마다 지척에 그러한 문화유산이 넘쳐 있으니 남원의 추석날은
          마음이 풍요로운 날이었다.


          이처럼 남원의 추석은 고향을 담고 추억을 내는 날이었고, 청춘 남
          녀들이 사랑의 인연을 만드는 날이기도 했다
          “누구네 딸이 서울서 왔으니 누구네 아들하고 선이나 보게 합시다
                                                                           2
          “라는 중매쟁이의 성화에 부모님들은 자식들의 표정을 보며 같이 남
                                                                           1 1950년 대 후반 추석을 맞아 널뛰기를 하는 동충동 여인들
          원시내 복지다방으로 나갔고 다방 안 6개의 테이블은 보절에서, 주                             2 1980년 대 초 금지면에서 널뛰기를 하는 자매.
          천에서, 금지에서 송동에서 등등 여러 고을에서 온 사람들의 선보는
          자리가 되었다.
          그 이후의 시간은 광한루를 데이트 장소가 되게 했고, 오작교에서
          이도령 성춘향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은 훗날 결혼식 사진과 함께 가족
          사진첩에 들었다.


          성묘 갔다 오는 산길에서 만난 국수버섯이며 싸리버섯은 평소 보아
          두었던 아버지 어머니를 따라가면 나타났고, 올밤이며 아직은 조금

          풋것인 콩이며 황토색 입은 고구마, 그리고 밤새도록 도구 통에 찧
          은 올기쌀은 귀경길에 나서는 자녀들의 손에 들려졌다.                                                  김 용 근
                                                                                         지리산문화자원
          남원의 추석은 그렇게 고향을 담고 추석을 내었다.                                                    연구소장




                                                                                          사랑남원 이야기 ∙ 31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