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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보냈다. 곡나철산은 과연 어디에 있었               가 아막성이다. 운봉고원 서북쪽 관문인
                   을까? 문헌에는 곡나철산이 “백제의 도                치재 남쪽에 위치한 남원 성리산성을 아
                   읍에서 7일을 가도 도달하지 못하고 강의               막성으로 비정한 견해가 널리 통용되고

                   발원지를 거느리고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남원시 아영면 성리산성으로 동쪽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에는 남원 월산리ㆍ두락리, 북쪽에는 치
                    이제까지 곡나철산의 위치 비정과 관련                재ㆍ복성이재와 봉화산봉수, 남쪽에는
                   해서는 황해도 곡산설ㆍ안협설, 충주설,                남원 구시봉봉수가 있다. 이 산성은 포곡
                   여주설, 보은설, 곡성설이 있다. 종래의               식으로 그 평면형태가 남쪽이 약간 긴 방
                   연구는 지명의 유사성과 철산지를 서로                 형이며, 성의 둘레가 633m이다. 운봉가
                   연결시켜 그 위치를 비정함으로써 문헌에                야가 처음 터를 닦고 백제와 신라에 의해
                   등장하는 두 가지의 조건을 충족시켜 주                개축됐고, 현재의 성벽은 후백제의 견훤
                   지 못했다. 전남 곡성설을 제외하면 모두               이 쌓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제의 도읍인 한성에서 제철유적까지 가                백제는 신라의 아막성을 차지하기 위해
                   는데 7일 이상 소요되지 않고 강의 발원               20년 넘게 신라와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지도 거느리지 않고 있다. 문헌에서 요구               백제 무왕은 즉위 3년 만에 4만의 군대를
                   하는 두 가지의 필수조건을 모두 충족시                동원 아막성을 공격했지만 대패했고,
                   켜 주는 곳이 운봉고원이다.                      616년에도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
                    예컨대 조선시대 때 이몽룡이 남원에 암               다가 624년 백두대간을 넘어 운봉고원을
                   행어사로 출도 할 때 7일이 걸렸다. 동시              다시 백제에 예속시켰고, 이를 기반으로
                   에 운봉고원은 낙동강과 섬진강의 발원                 경남 함양까지도 백제의 영향권으로 편입
                   지를 함께 거느리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시켰다. 백두대간에서 20년 넘게 이어진

                   에 철의 왕국이자 철의 테크노밸리로 주                아막성 전투는 철산지인 운봉고원을 차지
                   목받기 시작한 운봉고원이 곡나철산과의                 하기 위한 철의 전쟁이다. 백제 무왕의 중
                   관련성도 배제할 수 없다.                       흥프로젝트를 위해 철산지인 운봉고원의
                                                        장악이 절실했던 것이다.
                   백제 무왕의 아막성 철의 전쟁                     삼국시대 때 가장 역동적인 역사의 발전
                    삼국시대 때 백제와 신라의 최대 격전지               상을 보인 곳이 운봉고원이다. 가야와 백
                                                            제, 신라가 국운을 걸고 서로 운봉
                                                            고원을 차지하기 위해 각축전을 펼
                                                            쳐 삼국의 유적과 유물이 공존한다.
                                                             운봉고원의 제철유적은 칠지도의 곡
                                                            나철산, 운봉가야와 기문과의 관련
                                                            성, 아막성 철의 전쟁, 남원소경의
                                                            설치배경, 철불의 본향, 십승지지의
                                 계수호와­철제초두                  비밀이 담긴 역사의 블랙박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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