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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일.
            지난 6월 9일은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이하
            미술관)이 개관한 지 꼭 백 일째 되는 날이

            다. 물론 백일상은 따로 없다. 하지만 무탈
            하게 백일을 맞은 미술관의 요즘 모습이 궁
            금했다. 그래서 찾아가 보았다.
            말 그대로 ‘미술관 가는 길’.                            04
                                                        01 전시관 가는 길이 마치 숲길을 가는 듯하다. 함파우는 잔잔한 물결을  머금고 있는 듯  아름답다는 뜻을 갖고 있다.
                                                        02 전시관에서 바라본 함파우 마을, 멀리 보이는 능선이 지리산이다.  03·04 미술관 전경


            미술관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춘향테마파크                   만 아! 짧은 탄성을 내뱉고 만다. 조금 전까지 중
            입구로 들어서 미술관 이정표를 따라 차를 몰아가                   얼거렸던 불평들이 순간 무색해졌다. 왜 서울에

            지만 미술관 정문으로 가려면 함파우 입구를 지나                   서, 전주, 광주, 대구에서 이 미술관을 찾아오는
            쳐야 하고, 다시 동산 하나를 온전히 빙 돌아야 한                 지 알 것 같았다.
            다. ‘미술관 가는 길이 왜 이렇게 복잡해? 미술관
            보이는 길가에 주차할 걸 그랬나? 차라리 시내에                   미술관 관계자를 만났다. 찾아오는 길이 어려웠다
            미술관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나도 모르게 볼                  고 했더니, 이렇게 구불구불 어렵게 찾아오는 게
            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맞단다. 그는 “우리 미술관은 자연이 품은 ‘전원
                                                         형(田園形)’으로 일반적인 미술관과 차별된다. 관
            그것도 잠시. 차에서 내려 몇 발자국 걸음을 옮기                  람객들은 덕음산 등 주변의 자연을 만끽하고, 미
            자 온통 초록으로 환영하는 산과 나무들이 보이고                   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지친 일상을 털어내는 힐링

            소쩍새와 산비둘기, 꿩 소리가 쉼 없이 들려왔다.                  장소로 여긴다.”고 말했다.
            노출 콘크리트 기법으로 마감된 현대 건축물 위로                   그래서 조금 어렵더라도 표지판을 따라 지정된 주
            물까치들이 곡예비행을 뽐낸다. 유연한 곡선의 길                   차장에 도착해 미술관 입구를 향해 난 출입로로
            을 따라 우뚝 선 옹벽 끝에서 휙 돌아서면 층층이                  와야만 미술관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조언해
            흘러내리는 물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나는 그                  주었다.


                                                                                          사랑남원 이야기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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