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2019_69
P. 13
03
01 02
100일.
지난 6월 9일은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이하
미술관)이 개관한 지 꼭 백 일째 되는 날이
다. 물론 백일상은 따로 없다. 하지만 무탈
하게 백일을 맞은 미술관의 요즘 모습이 궁
금했다. 그래서 찾아가 보았다.
말 그대로 ‘미술관 가는 길’. 04
01 전시관 가는 길이 마치 숲길을 가는 듯하다. 함파우는 잔잔한 물결을 머금고 있는 듯 아름답다는 뜻을 갖고 있다.
02 전시관에서 바라본 함파우 마을, 멀리 보이는 능선이 지리산이다. 03·04 미술관 전경
미술관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춘향테마파크 만 아! 짧은 탄성을 내뱉고 만다. 조금 전까지 중
입구로 들어서 미술관 이정표를 따라 차를 몰아가 얼거렸던 불평들이 순간 무색해졌다. 왜 서울에
지만 미술관 정문으로 가려면 함파우 입구를 지나 서, 전주, 광주, 대구에서 이 미술관을 찾아오는
쳐야 하고, 다시 동산 하나를 온전히 빙 돌아야 한 지 알 것 같았다.
다. ‘미술관 가는 길이 왜 이렇게 복잡해? 미술관
보이는 길가에 주차할 걸 그랬나? 차라리 시내에 미술관 관계자를 만났다. 찾아오는 길이 어려웠다
미술관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나도 모르게 볼 고 했더니, 이렇게 구불구불 어렵게 찾아오는 게
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맞단다. 그는 “우리 미술관은 자연이 품은 ‘전원
형(田園形)’으로 일반적인 미술관과 차별된다. 관
그것도 잠시. 차에서 내려 몇 발자국 걸음을 옮기 람객들은 덕음산 등 주변의 자연을 만끽하고, 미
자 온통 초록으로 환영하는 산과 나무들이 보이고 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지친 일상을 털어내는 힐링
소쩍새와 산비둘기, 꿩 소리가 쉼 없이 들려왔다. 장소로 여긴다.”고 말했다.
노출 콘크리트 기법으로 마감된 현대 건축물 위로 그래서 조금 어렵더라도 표지판을 따라 지정된 주
물까치들이 곡예비행을 뽐낸다. 유연한 곡선의 길 차장에 도착해 미술관 입구를 향해 난 출입로로
을 따라 우뚝 선 옹벽 끝에서 휙 돌아서면 층층이 와야만 미술관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조언해
흘러내리는 물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나는 그 주었다.
사랑남원 이야기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