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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이 쉬고 있는 조류
광치천을 지키는 노거수
었다. 먹이가 풍부해 백로와 해오라기 등 각종 조류
가 끊임없이 찾아왔다. 봄에는 벌과 나비가, 여름에
는 잠자리가, 가을에는 풀벌레들이 자리를 바꿔가며
주인이 되었다. 시간이 멈춘 듯 평화롭고 아름다운
하천이었다.
하늘에서 본 광치천
수 백 년을 함께한 광치천에 어느 날 부터인가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산업화의 그늘이 한 순간에 밀려든
광치천은 남원도심을 흐르는 도심하천이다. 50대 중 것이다. 광치천 상류지역에 밀집해 있는 축사시설과
년층까지만 해도 어린 시절 물고기 잡고 멱감던 추억 농경지 등에서 오염물질이 유입되면서 악취는 시간
이 가득한 하천이었다. 집에서 가깝고, 물 맑고 깨끗 이 흐를수록 더해갔다. 악취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물
해 최고의 놀이터였다. 동무들과 함께 광치천을 오르 고기와 조류, 곤충들도 떠나가게 했다. 생태계가 파
락 내리락 뛰어다니다 보면 하루해가 짧기만 했다. 괴된 광치천은 죽음의 하천으로 빠르게 변해갔다. 이
물고기들도 고운 모래와 수풀사이로 한가롭게 노닐 럴수록 사람들은 광치천을 더 외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