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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통해                                              10여 편이나 썼다. 창작판소
            자신이 한 평생 해야 할 일은                                            리도‘왕과 대장금’,‘치우천황
            역시 우리 것  공부라는 결론                                            의 탁록대첩’, 명성황후의 혼
            에 도달한다. 바로 우리민족                                             불’등 주로 민족적인 소재를

            의 음악인 판소리 공부였다.                                             가지고 10여 편을 창작(작사,
            이 원장은 1973년 처음으로                                            작곡)해 직접 공연하면서 우
            박봉술 선생께 적벽가를 배운                                             리 한민족의 문화와 혼을 소
            것을 시작으로 판소리에 관심                                             개하고 있다. 최근 발행한 저
            을 갖게 되었다.                                                   서 「그들은 누구인가, 한민
            이 원장은 고된 은행 업무에                                             족!」은 판소리 속에 살아 숨
            도 판소리를 듣고, 또 부르면                                            쉬고 있는 한민족의 혼과 문
            힘이 절로 났다. 그러다가 본                                            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
            격적인 판소리 공부에 나선                                              의 책속에는 운봉, 인월, 광

            것은 1984년. 주말마다 조상                                           한루 등 지명이 실려 전국의
            현, 정광수 선생께 다섯 바탕(춘향가, 흥보가, 적                독자들을 상대로 남원의 홍보에도 일조하고 있
            벽가, 수궁가, 심청가)을 전수했다. 박봉술, 김                 다. 이 원장은 특히 책에서“판소리를 하면 우주
            소희, 최승희, 김동준, 한농선, 김수연, 이용배,                를 품고, 천지조화의 신통력을 갖게 된다”고 극
            유영애, 박양덕 등 당시 최고의 명창들로부터는                   찬하고 있다.
            판소리 한 대목씩을 공부했다. 이렇듯 40여 년의                 이 원장의 판소리사랑은 민들레 홀씨가 되어 보
            판소리 공부는 마침내 그에게 무형문화재 제5호                   급으로 이어졌다. 은행원의 특성상 잦은 이동에

            판소리 수궁가 이수자라는 영광을 안겨주었다.                    도 근무지역 주민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치는 일에
            그는 은행 퇴직 후 60이 다 된 나이에 중앙대학원                앞장섰다. 금세 판소리를 가르치는 은행지점장이
            한국음악과에 들어가 한국음악과 서양음악 공부                    라는 명성을 얻었다. TV에도 나와 유명세를 탔
            를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연구하며 판소리에                 다. 국악보급 공로로 정부 표창도 받았다.
            더욱 매진한다.                                    이 원장은 “우리 민족은 판소리라는 대중음악을
            지금도 그는 쉴 새 없이 창작하고, 판소리에 관한                 통해 역사와 그 속에 들어 있는 조상들의 지혜를
            책을 쓰고, 공연하면서 자연스럽게 고향을 노래                   백성들에게 전해주었다”며 “앞으로 우리가 전 세
            하고 있다. 판소리 속에 나오는 지리산을 중심으                  계를 상대로 21세기를 살아나가는데 필요한 문화
            로 남원과 운봉을 노래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그                   적·예술적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원천이 될 수 있

            에게는 더 없는 행복이다.                              다”고 강조했다.
            판소리는 이제 그의 일상의 전부이다. 고희(古                   이 원장은 “판소리는 우리민족의 자랑이자, 남원
            稀)를 넘긴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의 자랑이다.”고 다시 한 번 역설했다. 오는 8월
            것은 판소리로 단련된 체력 덕분이다.                        에는 남원을 방문해 지인들을 만나고 고향을 돌
            이 원장은 그동안 판소리에 관한 소설과 수필을                   아볼 계획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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