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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의기투합하자 일은 일사천리로 순조롭게                    을 먹고 자란다. 손에 흙 한번 묻히지 않은 부부
              진행됐다. 서울사업을 정리해 귀농자금을 마련                    에게 염소들은 끊임없이 사랑을 요구한다. 부인
              하고 귀농 지원금을 보태 초기자본금 5억2,000                 이씨는 새벽부터 밤늦께 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
              여 만원을 확보했다. 일단 사매면으로 내려와 염                  자란다고 말한다. “초산(初産)인 녀석들은 특히
              소농장의 일을 경험하면서 현재의 부지 4,000㎡                 신경을 써야 해요. 난산인 경우에는 직접 새끼를
              (약 1,200평)을 구입했다.                           받아 줘야하니까요. 손이 작은 여자들만 할 수 있
                                                          죠.” 염소들도 사랑을 먹고 자라서인지 온순하
              부지를 확보하자마자 축사 건축에 돌입했다. 경                   다. 특히, 염소마다 이름이 있어 부르면 알아듣
              험도, 기술도 없이 축사를 짓는 일은 쉽지 않았                  고 달려온다. 마치 강아지 같다.

              다. 애초 계획보다 경비도 많이 들었다. 기술자
              들도 내 마음처럼 일해주지 않았다. 결국 마무리                  지난 7월에는 서울에서 커피전문점 점장으로 잘
              공사는 부부가 위험을 무릅쓰고 지붕을 오르내리                   나가고 있던 아들 규만씨(37)도 농장에 합류했
              며 처리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용기가 어디서                  다. 규만씨는 “복잡한 도시생활을 벗어나 여유로
              나왔는지 궁금하다.                                  운 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다”며 “일과를 마치고 문
                                                          화생활이나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
              축사를 완성하자마자 곧바로 흑염소 160마리                    가 마련되면 더욱 좋겠다”고 말한다.

              를 입식했다. 염소는 현재 500여 마리로 늘어났
              다. 지난해에는 새끼염소 120여 마리를 분양해                  지난  11월에는  염소농장  안전관리인증(해
              5,0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썹·HACCP)을 단 한 번의 도전 끝에 받았다. 해
                                                          썹은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식품을 섭취하기 직전
              모든 농사가 그렇듯 염소도 주인의 정성과 사랑                   까지 각각의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요소























                                                                 03                                         04
         03 소망 흑염소 농장 전경  04 야외 양목장, 비가 내려 염소들이 나오지 않았다
         05 먹이를 먹는 염소들  06 뿔치기를 하며 힘을 시험하는 새끼 염소


         26 ∙ 겨울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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