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2020_76
P. 13

구금되었다가 고향 집을 찾아온 내게 온통 동네                      철쭉의  꽃말이  사랑의  즐거움이라고  했던가?
          어귀에 내걸린 노란 손수건이다.                              신의 정원인 바래봉에서 자연의 축제가 열릴 때,
          주천면 용궁마을의 산수유 꽃은 그렇게 봄이 덧칠                     광한루원에서는 영원한 사랑을 위한 사람의 축제
          해주는 향수를 자극한다.                                  가 시작된다.
          안질이라도 걸린 것처럼 산수유 꽃나무 아래서 길                     춘향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이고, 세
          을 잃으면, 사람들이 봄에 왜 고향 생각을 하는지                    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여성 제관들이 올리는 제향
          저절로 알게 될 것 같다.                                 이다.

          남원의 봄은 하얀 소실점                                  꿈같은 축제는 생명의 노래를 쫓아 정신없이 왔던
          남원의 봄은 하얀 소실점까지 왕벚꽃이 요천 변에                     남원 봄의 완성이다.
          도열함으로써 절정을 맞이한다.
          하늘까지 덮은 꽃의 환영을 받으며 둑길을 따라                      봄  내내  이  떨림은  특별히  축복받은  땅이라고
          걷노라면 레드카펫을 밟는 여배우가 부럽지 않다.                     생각할 만큼 남원의 자연이 아름다워서 일수도,
                                                         문화가, 사람이 아름다워서 그럴 수도 있겠다.
          봄에 취한 꽃나무도 쏟아져 나오는 사람 구경하느                     봄은 계절이 될 수도 있고, 관심이 될 수도 있고,
          라 정신이 하나도 없겠다.                                 소통이 될 수도 있다.
          이렇듯 남원의 봄 길은 견우가 직녀에게로, 직녀
          가 견우에게로 가는 오작교다.                             ‘그대를 봄, 나의 봄이 시작되었다’
          둑길  아래  요천을  걸어도  좋고,  요천  100리길
          살구나무 꽃길 따라 자전거를 타도 좋다. 물 위에
          드리워진 불빛이 평화롭게 흔들리는 야경은 우주
          의 별빛처럼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연의 축제와 사람의 축제
          5월  남원의  봄은  지리산  서북  능선에  올라서
          서 불길로 활활 타오른다.



                                                                                              Spring 2020_13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