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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듯 피어나는 산수유꽃

                                                         마을의 진면목은 샛노란 산수유꽃 만개하는 봄날의 풍경이다. 수
                                                         령 50∼100년 된 산수유나무 1만여 그루에서 꽃들이 꿈꾸듯 피어
                                                         난다. 소설가 김훈은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
                                                         인다.”고 했던가. 그의 책 『자전거 여행』에 나오는 문장이다. 덕분에
                                                         마을에서는 매년 봄이면 산수유꽃축제가 열린다. 첫 축제는 2010
                                                         년 열렸다.

                                                         산수유꽃은 보통 3월 하순부터 4월 초순이 제철인데 올해는 포근
                                                         한 날씨 탓인지 3월 중순 전에 꽃망울이 터졌다. 먼저 만개한 꽃은
                                                         함박웃음을 짓고, 이제 피어나는 꽃은 잔잔한 웃음을 짓는다. 꽃송
                                                         이마다 봄 햇살을 담뿍 머금고 있으니 더 사랑스럽다. 이곳 산수유
                                                         꽃은 꽃망울이 크고, 색도 유난히 진하다. 꿀벌이 사라졌다는 언론
                                                         보도에 기후위기를 실감했는데 산수유꽃 흐드러진 마을은 윙윙거

                                                         리는 벌들이 망울 굵은 산수유꽃들 사이로 나지막하게 아우성이다.
                                                         군락지 외에도 마을 집집마다 산수유나무가 있어 고택의 기와와 담
                                                         장을 배경으로 빠끔히 또는 위풍당당하게 꽃 매무새를 자랑한다.


                                                         돌담길 사이 호젓한 마을 산책
                                                         산수유꽃을 품은 마을의 또 다른 매력은 느티나무 고목과 돌담길
                                                         이다. 산수유 군락지 초입에서 마주하는 느티나무는 마을의 보호

                                                         수다. 300년 이상이라는 수령에서 존재의 위엄을 묵직하게 발산한
                                                         다. 마을은 돌담 따라 낮은 높이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집집
                                                         마다 돌담 사이를 비집고 자란 꽃이며 이름 모를 나무들이 생명을
                                                         힘껏 싹 틔우고 있다. 돌담을 벗은 몇몇 집들은 산수유와 봄을 주제
                                                         로 한 벽화로 담벼락을 치장했다. 소박하지만 정감 가득한 시골 풍
                                                         경을 마주하니 금세 마음이 편해진다. 산수유꽃은 개화기가 길다.

                                                         외용궁마을의 샛노란 봄은 4월 중순까지는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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