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의 가야국가유산
운봉고원은 한반도의 물줄기를 동서로 가르는 백두대간 동쪽의 고원지대로 남강과 섬진강이 시작되는 곳이다. 동쪽으로는 팔량치를 넘어 경남 함양으로 이어지고, 서쪽으로 여원치로 내려오면 남원으로 치재를 넘으면 임실과 장수로 갈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로 동서 문화 교류의 관문이었다. ‘신선의 땅’이라 불리우는 운봉고원에 지역적인 기반을 둔 가야세력은 5세기를 전후한 시기에 처음으로 등장해 6세기 중엽 경까지 가야계 소국으로 존재하였다.
01남원 청계리 고분군
남원, 가야국가유산의 시작인 청계리 고분군은 운봉고원에 자리한 가야고분 중 가장 이른시기에 조성된 고분이다. 인근에 청계마을이 자리하고 있어, 유적명을 청계리 고분군이라 지칭하였다. 고분군에서는 인근의 월산리 고분군,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을 포함한 아영분지 넓은 평야가 한 눈에 조망된다.
시리봉(해발770m)에서 남쪽으로 흘러내린 가지능선에 11기의 고분이 확인되었으며,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출토유물과 축조과정 등을 미루어 보아 축조 중심연대는 5세기 전반으로 확인되어, 호남 동부지역에서 가장 이른 시기 가야 무덤으로 평가된다. 또한 고분 지금은 31m, 높이5m로, 호남지역 가야계 고분 중 가장 큰 규모이다.
고분에서는 함안 아라가야를 대표하는 수레바퀴장식토기와 대가야계 유물을 포함해 왜(倭)계 유물인 나무 빗 등이 출토되어 ‘동북아 물류교류 허브’로 불리우고 있다.
02남원 월산리 고분군
남원, 가야국가유산의 보고 1982년 88올림픽도로 공사의 일환으로 공사구역에 위치한 남원 월산리 고분에 대한 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이 유적은 전북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당연스레 백제 고분군으로 인식되어 왔다. 발굴조사 결과, 학계에 커다란 관심을 불러 모았다. 종래에 백제의 무덤으로 인식되어 온 월산리 고분군에서 가야계 유물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전북지역에서 가야문화를 기반으로 성장한 세력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고고학적 증거이다.
고분군은 1982년 조사 당시 총 9기의 고분이 남아있었다. 당시에는 도로공사구역에 포함된 M1·2·3호분 3기만이 발굴조사 되었는데 이후 2010년에 88올림픽도로의 확장공사가 되면서 M4·5·6호분 3기를 더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발굴조사에서 청자계수호, 철제투구, 초두 등 최고의 위세품이 출토되어 운봉고원에 자리한 가야세력의 실체가 밝혀지게 되었다.
03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추진 고분군은 발굴조사를 통해 다량의 가야계 토기와 철기 등이 출토되었다. 이 가운데 32호분에서 출토된 청동거울과 금동신발편은 이 지역 가야세력의 성격을 규명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였다. 청동거울은 공주 무령왕를 출토 청동거울(국보)과 그 형태가 유사할뿐만 아니라 거울 표면에 적혀 있는 ‘의자손(宜子孫)’글자까지 비슷하다. 청동거울은 출토 사례가 2곳밖에 없기 때문에 백제와의 관련성이 높다. 금동신발은 가야지역에서는 현재까지 유일한 것이다.
고분군은 이러한 학술적·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사적으로 지정되었으며, 나아가 경남, 경북지역의 고분군과 함께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를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
운봉고원의 가야세력은 백제의 선진문화와 선진문물이 가야영역으로 전파되는 큰 대문의 역할을 담당하였고, 여타 가야세력과는 달리 백제를 비롯한 여러 세력의 문화가 공존하는 역동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의 원동력은 백두대간 산줄기가 천혜의 장성 역할을 해주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