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2013_51
P. 20
남원의 길 | 교룡산성 둘레길
수운 최제우는 경주에서 전라도 남원으로 피 거의 모든 구간이 숲길로 이뤄져
신한다. 교룡산성 둘레길은 환형으로 하나로 연결되
영남 지방에 만연한 사상의 보수성과 온갖 어 있고, 중간 중간에 마을로 내려갔다 다시
형태의 박해를 피해 전라도 땅에 발을 내디딘 올라올 수 있기 때문에 딱히 어디가 시작이라
것이다. 그는 남원성 남문 밖의 한 주막에서 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개 교룡산국민관광
서공서를 만나 그의 소개로 교룡산성 안에 지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양쪽 방향 어디에
있는 선국사의 작은 암자 덕밀암에 거처하 서 시작하더라도 돌아올 수 있으니 마음 내키
게 된다. 는 대로 출발해도 되지만, 교룡산성둘레길
최제우는 덕밀암에 은적암이라는 당호를 붙 안내 표지판이 서 있는 곳에서 시작하여 시계
이고 8개월여 동안 은거하면서, 동학을 밝히 반대 방향으로 돌아 나오는 것이 그 반대 방
는 ‘논학문’ 등을 집필하게 된다. 향으로 걷는 것보다는 다소 수월하다.
최제우는 결국 1864년 체포됐고, 대구 장대 교룡산성둘레길의 장점은 길을 걷다 언제든
에서 죽임을 당한다. 그러나 이런 최제우의 지 주변 마을로 빠져나갈 수도 있고, 또한 반
동학사상이 갑오년(1894년) 동학농민운동 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의 힘만
의 도화선이 되었고, 운명인지 우연인지 동 큼 걷다가 마을로 내려오면 되기 때문에 가벼
학농민운동가 김개남은 갑오년에 이곳 교룡 운 마음으로 별다른 준비 없이 언제든지 가볼
산성에 집강소를 설치하고 전라좌도를 통솔 수 있다.
하게 된다. 또한, 고도차가 거의 없이 평탄하여 연령대
와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걸어 갈 수 있을 뿐
옛 시(詩) ‘교룡산성에 올라’ 만 아니라, 거의 모든 구간이 숲길로 되어 있
남원 주생면 출신인 조선시대 문학자 양성지 어 한 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걸을
(梁誠之)는 ‘교룡산성에 올라’ 라는 시에서 수 있을 만큼 울창하다.
이렇게 읊었다.
교룡산성에 올라 보니
남원고을은 호남 산수간에 있고
외로운 성 우뚝우뚝 길을 돌아 자리하니
대방으로부터 남경의 땅이 되어
만방을 제압하던 요충지로다
登南原蛟龍山城
邑在湖南山水間
孤城屹屹路回盤
帶方自是雄藩地
控抱猶能制人蠻 교룡산성 홍예문과공적비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