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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의 자연 | 요천





                       여뀌꽃은 그 함성소리를 들었을까





                    이름에서 꽃향기가 나는 하천은 드물다.                  한줄기 긴 시내가 오래된 나루에 닿아 있고
                    한낱 이름 없는 풀인 듯 속내를 감추고 있다               (一帶長川接古津)
                    가 가을이면 비로소 냇가에서 피어나는 꽃.                바람은 푸른 오리를 흔들어 고기 비늘 같은
                    좁쌀만 한 크기의 분홍 꽃망울이 터지고 마침               물결 이루었네 (豊搖鴨綠細生鱗)
                    내 그것들이 떼 지어 모여 있기라도 하면 제               외로운 배가 여뀌꽃 언덕에 숨었다 비쳤다 하
                    아무리 연분홍 치마자락 흩날리던 봄 처녀라                니 (孤舟隱映蓼花岸)
                    도 잠시 길을 내주어야만 할 꽃무리.                   그림 속에 분명 사람이 있는 것 같도다 (畵裡
                                                           分明著個人)
                    요천(蓼川), 여뀌꽃을 닮았다하여, 혹은 여
                    뀌꽃이 흐드러진 하천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                 숙종 때 편찬 된 남원의 읍지, 용성지는 당시
                    이다. 조선 초기의 뛰어난 문장가이자 화가                남원의 토산품으로 은구어(은어)와 금린어
                    였던 강희맹은 그의 타고난 관인적 취향에도                (농어)를 언급하고 있다. 사시사철 맑은 물이
                    불구하고 농민의 애환을 노래하고 농정의 실                흐르고 온갖 물고기가 떼 지어 노니는 요천은
                    상에 대해 고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그               반짝 농한기를 맞은 농부들의 소중한 피서지
                    의 눈에 비친 요천의 모습은 다음과 같았다.               가 되었을 것이다. 물놀이를 즐기던 농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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